bcga 2024. 1. 29. 00:39


오랜만에 읽어본 소설. 더이상 개혁을, 변혁을 추구하기 힘들어진 세상에 적응해 살아가야만 하는 세대를 표백세대라고 부르며 특이하게 두개의 이야기가 같이 전개된다. 처음에는 알수없는 닉네임으로 대화하는게 무슨 이야기인가 싶다가 뒤로 갈수록 서서히 맞물리면서 몰입이 고조되는데 무슨 상을 받았던 작품답게 끝까지 재미나게 읽을 수 이었다. 소설속의 여자주인공은 얼마전 넷플릭스에서 방송된 인간수업에서의 여자주인공을 생각나게 했는데 비슷한 배경과 성격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변인물들이야 당연히 다르고.그때쯤 베르테르 효과를 생각나게 할만한 연속 자살사건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줄거리를 설명하려니 스포일러가 될것 같고 개인적으로는 소설속에 등장하는 A대학을 중심으로 한 등장인물들의 관계나 대화 잦은 술자리의 경험 등에서 옛추억을 떠올리게 해 소설 그자체와는 다른 또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는데 그때 종종 가던 술집들이 아직도 남아있는지 몇몇 상호가 기억나기도 했다. 동래파전이라고 등장한 곳이 어딘가 궁금하기도 했고. 나그네 파전(이름이 맞는지 가물가물) 아니면 동학이 아니었을까 추측해본다. 동학은 지금도 있으려나.미래에 어떤 행동을 하도록 생각을 심어놓거나 자기를 추종하도록 만드는 여주인공의 능력은 요즘 회자되는 가스라이팅과 어떤 관계인지 궁금해진다. 간혹 섬뜩해지는 부분도 있었는데 꿈과 희망을 꿈꾸기 힘든 시기인건 지금도 마찬가지여서일까. 자살이 아닌 사회파괴적인 악플, 흉악범죄로 바꿔서 나타나고 있는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소설내용과 관계없이 대학 친구들에게 한번 안부연락이나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던 책이었다. 오랜만에 신촌에서 보자고 해볼까 싶다가도 이젠 너무 흩어져서 거의 불가능할듯.
이 소설은 파격인가, 도발인가, 아니면 고발인가

‘한국 문학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될 뛰어난 작품’ ‘몇 년 사이 읽은 소설 중 가장 문제적인 작품’ ‘이 시대 텅 빈 청춘의 초상, 섬찟하면서 슬프다’라는 평을 받으며 제 16회 한겨레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작가는 모든 틀이 다 짜여 있는 세상에서 옴짝달싹 할 수밖에 없게 된 젊은 세대를 ‘표백 세대’라고 칭한다. 소설의 주인공들은 어떤 것을 보탤 수도 보탤 것도 없는 흰 그림인 ‘완전한 사회’에서 청년 세대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그 사회에 표백되어 가는 일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자기의 위치에서 가장 성공했을 때 사회에 자신을 표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자살밖에 없다며, 와이두유리브닷컴 사이트에 자살 선언을 올리고 24시간 후에 자살한다. 현실세계에서 자신이 원하는 꿈이나 노력해서 무엇인가를 얻을 수 없다는 생각에 좌절하면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청년 세대들의 고달픈 일상과 정해진 채 다가올 미래와 표백되는 사회에 대한 진지한 고민들을 보여주면서 면밀하고 명확하게 우리 사회를 그려낸다.

주인공은 7급 공무원의 아들로 태어나서 상위 10개 대학의 뒤쪽에 위치한 A대학에 입학해서 군대를 갔다 온 복학생이다. 그는 대학입시를 다시 준비하든 편입시험을 보든 더 상위권으로 진입해야 하는데, 어떤 것을 시작해도 이미 늦어버린 나이라고 생각하며, 미래의 암울한 현실을 깨닫지만 딱히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다.

‘취업 선배들과의 대화’ 행사 뒤풀이 후에 전교적으로 유명한 ‘21세기 지도자 장학생’인 세연, 경영학과 동기인 휘영, 후배 병권, 세연의 친구 추윤영 등과 어울리게 된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자살을 준비해온 세연은 친구들을 설득하며 5년 후에 자살할 것을 강요하며, 자신이 가장 주목받는 선구자가 되기 위해서 죽는다. 5년 후 각자의 자리에서 일하며 표백되고 있던 주인공과 친구들은 우연찮게 한 사이트(와이두유리브닷컴whydoyoulive)를 통해 서로의 소식을 알게 된다. 그러나 친구들은 5년 전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24시간 후에 자살을 한다고 선언하는데……. 젊은 세대들이 자살하는 세태를 정확하게 그려내며 현실을 담고 있는 이 소설은 우리 사회 청년들의 삶과 일상을 가감 없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제1부 그레이트 빅 화이트 월드
제2부 코마 화이트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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