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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최승호, 말풍선 백로라, 그림 윤정주의 삼박자가 쿵짝쿵짝 거림에 나까지 몸과 마음이 덩실덩실해졌다. 『치타는 짜장면을 배달한다』는 카툰 동시집이다. 카툰 동시집이란 말은 처음 접해봤기에 낯설 줄 알았는데 기존에 만나던 동시집보다 더 친근하게 다가왔다. 어린이를 위한 책일 텐데 나를 위한 책인 것 같았다. 보는 어른인 내가 더 기뻐서 종이들을 뒤로 넘기지 못하고 앞장을 몇 번이나 다시 넘기며 촐싹거렸다. 귀엽네, 라는 말을 넘어서 귀여워!!!, 라고 느낌표를 몇 개나 붙이며 외쳐줄만 했다. 동시와 카툰과 그림이라는 세 가지 중에 어느 것 하나라도 빠져서는 안 될 조합을 보고 말았다. 당분간은 이러한 작품을 만나지 못한다면 심심함을 느낄 것 같은 부작용이 올지도 모른다.                       『치타는 짜장면을 배달한다』에는 많은 동물들이 등장한다. 어린이 책이라면 인간보다 더 자주 만나게 되는 것이 동물들임에도 처음 보는 것 마냥 색다른 동물들로 느껴졌다. 그들이 가진 각기 다른 특성과 환경이 부딪치며 드러나는 희로애락이 담긴 유머와 단 한 개도 귀엽지 않은 것이 없는 그림이 만나면서 볼매의 동물친구들로 다시 보였다. 치타가 짜장면을 배달한다는 조금은 이상한 제목이라 생각했더니 정말 짜장면을 배달하는 치타, 수염이 두 개밖에 없으니 본인부터 수염을 깎아 달라는 새우, 발이 많은 지네 할아버지의 구두수선을 거부하는 구두수선공 담비, 발이 없어도 장화가 신고 싶은 뱀, 찜질방에서 더우면 얼음방에 들어가라는 북국여우, 어두워서 안 보이면 휴대폰 플래시를 키라는 비단왕거미, 학교에만 오면 멍해지는 멍게, 처음부터 끝장까지 한 장한 장마다 등장하는 동물들의 사연은 나를 단박에 싱쿵사.  종이를 뚫고 나오는 우리 모두의 노래 中동시집 『치타는 짜장면을 배달한다』의 동시들은 어떤 풍경들을 보여 주고, 그 풍경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려줍니다. 누구든지 이 그림 속 주인공이 되는 순간 일상의 구도와 당위를 유연하게 뛰어넘어 자신만의 목소리를 낼 용기를 얻게 됩니다. 달리기 대회를 하는 소금쟁이를 보면, 비단길을 끌고 가는 비단길앞잡이를 보면 모두가 끝없이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믿음이 생겨나는 것만 같습니다. 완벽해지지 않아도 새로워지지 않아도 자신의 모습 그대로 어우러져 사는 풍경의 눈부심을 발견하게 되지요. 동시 속 주인공들이 풍경 안에 머무르지 않고 소실점을 뚫고 그림 밖으로 걸어 나가 노래가 됩니다. (70)             종이를 뚫고 나와 내 마음에도 뚫고 들어온 『치타는 짜장면을 배달한다』를 읽고서 기분이 명량해졌다. 이러려고 읽은 것은 아닌데 뜻밖에도 아직 남아있는 동심을 찾아서 현실에서 느끼는 인생사의 고됨을 위로 받았다. 동료애가 느껴지는 친구들이다.          어렸을 때 봤던 동시들을 떠올리면 예뻤다는 감정이 남는다. 그런데 너무 예쁘기 만한 동시가 내가 가진 감정의 아름다운 부분밖에 성장시켰을 것만 같은 예쁨이다. 그런데 만약 이러한 동시집을 어린 시절에 만났더라면 나를 형성시키고 있는 감정이 다채로워졌을 것 같다. 슬픔을 일찍이 씩씩하게 털고 일어나 유쾌하게 다시 일상으로 뛰어들 것 같은 명량함이 있다. 이러한 면 때문인지 이런 동시집을 이해하는 아이를 보게 된다면 아이답지 않다는 생각이 들것 같기도 하다. 굉장한 장난꾸러기이거나, 어리지만 그 나이대의 산전수전을 겪어봤다고 말할 것 같은 아이가 좋아하지 않을까 싶은 동시집일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동시집을 싫어하는 어린이라도 분명 좋아할 것이다. 내가 이러한 어린이 중 한 명이였기에. 

동시와 카툰의 신선한 결합, 치타는 짜장면을 배달한다 문학동네는 지난 봄, 동시와 내러티브가 있는 그림의 결합으로 시를 읽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는 책 달에서 온 아이 엄동수 를 출간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 선보이는 조합은 동시와 카툰입니다. 치타는 짜장면을 배달한다 는 32편의 짧은 동시와 연극적 요소가 들어 있는 카툰을 나란히 보여 주며 독자의 상상을 뜻밖의 차원으로 이끕니다. ‘말놀이 동시집’ 시리즈 등을 통해 큰 사랑을 받았던 시인 최승호가 여러 모습의 동물을 주인공으로 한 동시를 썼고, 퍼포먼스를 전공한 백로라가 쓴 말풍선 글에 만화가이자 어린이책 일러스트레이터로 독보적인 색깔을 지닌 윤정주가 그림을 그렸습니다.

흰수염고래 수염 깎기 06
긴팔원숭이 농구팀 08
구두수선공 담비 10
찜질방의 코끼리 12
레이더기지의 미어캣들 14
철학자 코알라 16
비단왕거미의 그물 18
멍게는 지각대장 20
천하장사 코뿔소 22
오아시스 가게 24
스키 타는 눈표범 26
왕눈이꼬마거미 28
기린들의 이삿날 30
황금사자의 발톱 32
두더지 아빠 34
정원사가 되고 싶은 톱사슴벌레 36
물수리 생선 가게 38
치타는 짜장면을 배달한다 40
앵무새 학교 42
극락조 무용단 44
나무늘보의 암벽등반 46
이삿짐 센터의 장수하늘소 48
돌고래의 다이빙 50
캥거루 유모차 52
바다 밑 세탁소 54
오징어가 그린 외계인 56
등대지기 부엉이 58
안경원숭이 안경점 60
소금쟁이 달리기 대회 62
비단길앞잡이는 비단길을 끌고 간다 64
달나라 도서관의 달팽이 66
펭귄 조종사 68

읽고 나서: 종이를 뚫고 나오는 우리 모두의 노래 _송미경 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