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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bcga 2024. 1. 27. 02:46


장기려 박사님은 한평생 헌신과 봉사를 행동으로 실천해 오신 의사 선생님이다.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박사님 가족은 서로 헤어지게 되어 박사님과 둘째 아들은 남쪽에서, 부모님과 아내, 다섯 남매는 북쪽에서 살게 된다. 그해 12월 중공군의 본격적인 참전으로 청진까지 북상한 유엔군과 국군은 다시 서울 이남까지 후퇴하게 되고, 이즈음 주인공 둘째 장가용은 엄마와 헤어져 아빠와 단둘이 부산 영도에 도착한다. 봄이 되어 고향으로 가겠다는 희망은 1953년 7월 휴전 협정이 체결된 후에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남북 이산가족의 만남이 몇 차례 진행되었을 때 정부는 장기려 박사님에게 특별 만남을 주선했으나 특별 대우를 거절하신다. 끝내 부인과 아이들을 마음에 묻어 둔 채 돌아가신다. 그 이야기를 가용의 눈으로 담았다. 아빠는 평안북도 용천군에서 태어나고 ‘나’는 평양 종로에서 태어난다. 비행기를 처음 본 날을 잊을 수가 없다. 1950년 6월 25일, 일요일. 기차보다 더 빨리 날아가는 게 신기하다. 동네 사람들은 전쟁이 났다고 한다. 총소리와 비행기 소리가 들리면 자다가도 일어나 마을 사람들이 파 둔 토굴 속에 숨는다. 총에 맞아 죽은 사람도 많다. 아빠는 다친 사람들을 치료하느라 집에도 자주 못 오신다. 추운 겨울이 왔는데도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 중국에서 백만이 넘은 중공군이 내려와 사람들을 죽인다는 무서운 소문이 나돈다. 동네 사람들은 남쪽으로 피난을 가야 한다고 한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집을 지키시겠다며 우리들만 피난을 가라고 하신다. 아빠는 엄마에게 우리를 데리고 먼저 남쪽으로 내려가 있으라고 하신다. 엄마와 우리는 피난길에 오른다. 그런데 그만 아빠 옷 보따리를 가지고 와 버렸다. 추운 겨울에 옷도 없이 지낼 아빠를 생각하니 그냥 갈 수가 없다. 엄마한테 바로 따라가겠다고 말하고선 옷 보따리를 들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돌아와 보니 집 앞에 병원 버스가 우리 식구를 대동강까지 태워 주겠다고 와 있다. 할머니는 두 달만 피신해 있다가 오라며 아빠와 나를 버스에 태운다. 한참을 가는데 저 멀리 피난민 속에 엄마가 보인다. 엄마와 동생들을 태우고 싶었지만 버스를 세우면 피난민들이 서로 타겠다고 하여 버스 안에 있는 환자들이 위험해진다고 한다. 결국 엄마를 태우지 못하고 우리는 그렇게 헤어진다. 헤어짐은 휴전이 되고 나서도 이어진다. 어느 날 음악 시간에 엄마가 좋아했던 노래 봉선화를 부르니 엄마가 더 보고 싶다.엄마한테 소포가 왔던 날을 잊을 수가 없다. 미국에 있는 친척을 통해 온 것이었다. 엄마는 피난을 내려오다 동생들이 얼어 죽을 것 같아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고 하셨다. 소포 안에는 사진과 봉선화 씨앗 그리고 엄마가 불러서 녹음한 ‘봉선화’ 녹음테이프가 있었다. 그날 밤 아빠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소리도 내지 않고 우셨다. 다음 날 아빠는 병원에서 퇴근하자마자 이발소에 가자고 하신다. 아빠와 나는 머리를 단정하게 자른다. 아빠는 중요한 날에만 입는 양복을 입으시고 나도 이제는 작아진 엄마가 만들어 주신 옷을 입고 사진관에 간다. 아빠와 나는 저녁 내내 울어서 눈이 부었지만 엄마를 생각하면서 제일 예쁜 표정으로 사진을 찍는다. 봄이다. 엄마가 보내 주신 봉선화 씨앗을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심는다. 봉선화꽃이 가득 핀다. 우리 고향 집 마당 같다. 봉선화꽃이 가득한 옥상에서 엄마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정말 엄마랑 같이 있는 것만 같다. 아버지는 어머니만 그리워하다가 할아버지가 되신다. 1995년 12월 25일, 눈이 많이 내리던 날 아버지는 돌아가신다. 아버지는 하늘나라에 먼저 가서 어머니를 기다리겠다고 하신다. 아버지 산소에도 봉선화꽃이 피었다.
나는 엄마가 그립습니다.
북쪽에 있는 엄마를 그리는 소년의 마음을 담은 그림책!

대한민국의 긴 역사 속에서 6·25 전쟁이 갖는 의미는 특별합니다. 민족상잔의 큰 비극은 분단이라는 결과를 낳았고, 어느새 분단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로 여기게 되었습니다. 세월에 지남에 따라 전쟁을 겪지 않은 전후 세대들에게 전쟁이 점점 잊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6·25 전쟁으로 이산가족이 되어 버린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그들의 슬픔과 아픔은 6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개인의 삶을 속에 고스란히 남아 치유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엄마에게 는 6·25 전쟁 통에 엄마와 헤어진 어린아이가 평생을 북쪽에 있는 엄마를 그리워하는 이야기입니다. 세상의 어떤 감정도 아이가 엄마를 보고 싶어 하는 마음보다 더 애틋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 책은 전쟁의 거창한 사회적 문제를 이야기하기보다 전쟁이 개인의 삶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에 대해 한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역사적 사실과 깊은 내면세계를 담담히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