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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토머리

bcga 2024. 2. 6. 02:07


3.3 422페이지, 25줄, 28자. 판형은 다른 연애소설과 비슷한데 줄 수가 조금 많습니다. 따라서 지면은 조금 좁아보입니다만 덕분에 자주 넘기지 않아도 됩니다. 어체가 독특하게도 높임말체입니다. 이게 어떨 때는 귀여운 맛도 있지만 어떨 때는 좀 황망하기도 합니다. 물론 그 덕에 길이도 좀 늘어난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내용은 간단해서 남 대감댁에서 연이은 자녀들의 비명횡사를 막기 위한 일종의 액막이 며느리를 마지막 남은 외동아들을 위하여 구합니다. 민정인이 그 역할입니다. 몰락한 집안의 딸로서 병든 어머니를 위해 스스로 팔려나가길 작정한 정인이입니다. 나이 차이도 많고 남휘는 이미 기생 연홍이를 사랑하고 있기에 외면합니다. 공부 겸 액막이 겸 해서 절에 몇 년간 있다가 오니 그새 정인이는 처녀가 되었습니다. 귀여운 여동생에서 은은하지만 자극적인 여인으로 변모하는 중이지요. 따라서 남휘는 번민하게 됩니다. 뭐 잠꼬대라고 하면서 슬쩍 비밀을 누설하여 상대의 애간장을 태우기도 합니다. 가장 큰 비밀이 노출되었을 때에는 삐꺽거리기도 합니다. 앞서 말한 바 있는 특별한 어투 때문에 그럭저럭 읽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신통방통한 점괘 등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보이고요. 어차피 몸을 팔은 상황인데 목적이 있기에 행동이 그러했을 것 이란 생각으로 자신을 해치는 것은 좀 아니지 싶습니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일부에선 살다 보니 정이 들더라는 식의 결혼이 적지 않으니까, 꼭 사랑을 해야만 한다는 것은 그런 그들에게 대한 모독이겠지요. 인류 전체가 다 멍청해서 그런 제도가 있었고, 있겠습니까? 남휘(서른 살 생일 전날에 특정 여자를 품어야 죽지 않을 거란 저주를 받은 남자, 여기서는 민정인), 민정인(여주인공), 윤신혁(상처하여 방랑길에 오른 홀아비, 남휘의 친구) 140907-140907/140907
흐드러지는 국화향기에 더욱 선명해지는 것은 당신의 먹향이오니
아찔한 먹향에 이내 가슴은 오늘도 타들어만 갑니다.
당신께서 주고 가신 종이 국화 두 송이를 매일 밤 끌어안고 잠이 들면
내가 만나는 당신의 모습은 그저 당신의 넓은 등뿐이어라.
아아, 언제쯤이면 지아비 당신께서는 나를 돌아보아 주실까요?
눈 감으면 그날이 오늘일까, 설레는 기대 안고 잠이 들어보지만
귀또리 소리에 잠 깨면 남는 것은 당신의 뒷모습과 나의 눈물뿐.


‘얼었던 땅이 녹아 풀리기 시작할 무렵’이란 의미를 지닌 해토머리. 처음에는 무척 생소했던 그 단어. 그러나 뜻을 알고부터는 마음이 훈훈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느낌을 잊지 않으려고 시작한 제 첫 번째 글이 이렇게 지면으로 빛을 보게 되니 무척이나 마음이 설렙니다. 조선시대 양반가 부부의 이야기. 평범하지는 않지만 결국에는 우리 삶의 가장 근본이 되는 사랑으로 끝맺음하는 이야기에 봄볕의 따사롭고 포근함을 덧입히고 싶었습니다.
- 작가의 말 中


시작하는 이야기
1. 어린 색시 시집가는 날
2. 국화향기 처연하니
3. 너는 누구냐?
4. 이 내 처지는 빛 좋은 개살구여라
5.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것이 사람의 마음인 것이라
6. 지아비시여, 당신의 마음은 끝이 보이지 않는 우물이어라
7. 엇갈리는 마음의 길
8. 눈 위에 또 서리가 내리니, 마음은 꽁꽁 얼어 깨어져 버렸더라
9. 정인情璘아, 정인情璘아. 내 정인情人아!
10. 은애함보다 더 중한 것은 진실한 믿음이더라
11. 하얀 꽃잠
12. 화희火戱
끝맺는 이야기
덧붙이는 이야기
글쓴이의 말